eaT에 위장업체 난립, 입찰담합ㆍ방해 등 문제 많아
업계 “골목상권 보호제도 일괄적용 무리수” 개선촉구

지난해 12월 시행된 새 소상공인제도로 인해 학교급식 식재료시장에서 선의의 피해업체들이 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상공인 특별법의 학교급식시장 적용은 관련 업체들에게 큰 경영부담을 주고 있어 이를 만회하려는 업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참여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골목상권의 영세업종보호와 활성화를 위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은 지난해 6월 개정돼 같은해 12월13일 본격 시행됐다.

특별법은 도소매업종(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업종 포함)에서의 ‘소상공인’을 연간 평균 매출액 50억원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 업종별 소기업 규모기준)

aT사이버거래소가 운영 중인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학교급식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도소매업체들은 신규 법인설립, 기업 쪼개기 등 특별법 적용에 따른 자구책을 마련, 대응해 오고 있다.

업체들의 그 같은 대책은 불가피하게 경상비 급증과 수익 감소 등을 부르다. 해당 업체마다 필수적으로 냉장ㆍ냉동시설 별도 설치, 배송차량 추가 확보, 직원 보충 등을 해야 하고 그에 따른 복잡해진 회계관리와 비용 증가 등 크고 작은 불리를 입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이 수익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위장업체 잇단 신설, 학교급식 입찰과정에서의 담합이나 입찰방해 등 각종 위법, 탈법을 저지르고 있으며, 원산지 허위표시 등 부실ㆍ부적합한 납품 사례들도 줄지 않고 있다.

고품질 식재료 공급 왜곡ㆍ식중독 사고 걱정도

업체들의 매출 감소는 또 입찰가격 상승까지 부추겨 불필요한 행정낭비를 부르고 특히 원활한 고품질 식재료 공급까지 왜곡시켜 자칫 식중독 사고를 부를 수도 있다는 우려도 크다.

업체들이 수익이 남지 않는 입찰에는 아예 응찰을 거부해 유찰이 생기고, 학교는 재입찰을 부쳐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각종 편법, 위법행위가 파고드는 악순환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적법한 회사 규모와 시설을 갖추고 학교 식재료 품목 입찰에 응하는 온당한 업체들에게까지 유형무형의 피해를 입히고 있어 제도 보완ㆍ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업계는 “학교급식시장의 실태를 전혀 모르고 학교급식 도소매업종을 소상공인 특별법에 적용시킨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말한다.

현재 학교급식 식재료시장은 공공기관의 지정정보처리장치(학교급식전자조달시템, eaT)를 매개로 작동되고 있다. 학교와 업체 간 우수한 품질의 식재료 구매ㆍ공급, 투명하고 공정한 입찰과 응찰, 낙찰 절차, 철저한 위생관리와 엄격한 납품 등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으로 이뤄지는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특별법을 일괄 적용한 탓이라는 것.

“소상공인 잣대로 비교하는 것부터 현실을 모르는 것”

서울의 경우 초ㆍ중ㆍ고등ㆍ특수 등 학교수는 1,550여곳. 이들 학교는 급식용 식재료 구매를 위해 한달에 한번씩 eaT에 입찰공고문을 올린다. 한 업체가 1,500곳이 넘는 학교 중 20~30곳과 계약, 납품만 해도 연간 매출액은 중기업으로 평가될 규모다.

A사 대표는 “필수적으로 위생적으로 안전하고 고품질의 식재료를 공급해야 하는 학교급식시장은 골목상권의 소상공인, 소기업 업주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구조”라면서 “애초부터 소상공인 잣대로 비교하는 업종이 못된다”고 불평한다.

그는 “냉장냉동시설과 배송차량, 필요 인력 등 eaT 등록기준에 맞추고 적법한 사업여건을 갖추기 위한 투자규모도 소상공인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업체들은 (특별법 탓에)매년 2~3중의 투자를 되풀이해야 하고, 그에 따른 경영부담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불안한 미래’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불만도 쏟아낸다.

업계는 ‘eaT를 이용하는 학교급식 식재료 도소매업종’은 특별법 적용 예외업종으로 분류하는 것이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학교 식재료 구매응찰 자격, 학교장 재량ㆍ모든 기업 참여 가능

이와 관련 업계는 지난해부터 행정안전부에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문의한 결과, 현행 제도 개선에 대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유권해석을 받았다.

행안부는 업계 질의에 대해 ‘음식물의 구입, 농ㆍ축ㆍ수산물의 구매 등 품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경우는 대기업ㆍ중기업 모두 참여 가능하다’는 해석과 함께 “그러나 지정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해 소기업 또는 소상공인만을 대상으로 참여시킬지 여부 등은 해당 계약의 목적물, 관련 법령을 등을 고려해 발주기관(학교)이 판단할 사항”이라는 단서도 고지했다.

학교 식재료 구매 입찰공고문의 입찰참가자격 조항.
이와 관련 학교 식재료 입찰공고문의 응찰업체 자격조건에는 ‘소기업ㆍ소상공인’을 명시’하지 않는다. 특별법의 학교급식시장 적용으로 나타나는 갖가지 부작용을 걱정하고 사전에 예방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각급 학교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낙찰자 결정)에 의한 자 △aT 사이버거래소 등록ㆍ승인받은 자 등 4가지만 입찰자격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eaT를 운영ㆍ관리하는 aT사이버거래소가 인력ㆍ예산 등의 부족으로 위장업체 적발, 입찰 담합 등 탈법행위를 완전하게 관리, 감시ㆍ감독할 수 없다는 현실도 업계에겐 아쉬움과 함께 불평불만을 주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새 소상공인제도는 골목상권 등에 적절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법 취지에 전혀 안 맞는 학교급식분야까지 일괄적용해 피해기업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면서 “법 시행 1년이 된 지금 학교급식용 납품 식재료의 품질 향상을 위해서도 서둘러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사 관계자는 “aT사이버거래소가 eaT 등록업체들과의 상생차원에서 소상공인 제도 보완ㆍ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학교급식을 위해, 정당하게 이용수수료를 내고 사업하는 업체들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이 돼줘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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