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형편없는 급식을 제공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MBC가 보도했다. 이 어린이집은 지난해 충북지사 표창까지 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급식이 부실한 건 물론이고, 위생에도 문제가 있었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교사들은, 원장이 식재료나 반찬 일부를 가져가다 못해, 김장까지 시켜서 갖고 갔다고 폭로했다.

냉장고에서 오래된 식재료가 쏟아져 나옵고, 냉동실 속 빵은 유통기한이 열흘 넘게 지났으며 파와 당근은 오래돼 색까지 변했다. 시커멓게 말라버린 키위는 반으로 잘라보니 짓무른 채 썩어가고 있다.

박철용 청원구청 직원 “(음식이) 너무 부패할 정도로 보관돼 있었던 것…이게 또 어떻게 사용됐을지는 전혀 모르는 거잖아요”라고 말했다.

MBC-TV 보도화면.
학부모들은 급식 자체도 부실했다고 말한다. "점심으로 나온 카레라이스와 국은 건더기를 찾아보기 힘들고, 반찬도 김치와 샐러드 몇 조각이 전부이고, 간식으로 호박죽이 공지된 날 찾아가보니 아이들은 멀건 흰죽을 먹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 학부모는 “거의 물만 먹는 것처럼 나오고, 이렇게 돼서 애들은 점심때에도 제대로 여기서 (못 먹고) 집에 오면 애들이 간식 달라고 사탕 달라고 얼마나 울부짖었는지 모르겠어요, 진짜”라고 분노했다.

학부모들이 이런 실태를 알게 된 건 보다 못한 교사들이 알려줬기 때문. 교사들은 종일 김장을 했더니 원장이 다 가져가 버리는 등, 아이들 반찬이나 식자재 일부를 원장이 덜어가기도 했고, 어디에선가 문제 있는 재료를 구해다 줬다고 주장한다.

어린이집 교사는 “저희도 (아이들에게) 먹이면서도 먹어도 될까 고민을 하면서 먹였던 것 같아요. 그런 게(이물질) 나오면 조리사님께 좀 냄새가 이상하다고, 이거는 도저히 못 먹이겠다고 (원장님께) 말씀드리라고….”

이 어린이집 원장은 불량 식자재는 쓰지 않았고 일부 급식이 부실했던 건 배식을 잘 못한 교사들 탓이라면서, 남은 식자재나 음식을 가져간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제가 메뉴대로 항상 시장을 봐다 놔요. 그런데 제가 못할 때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오늘 아침은 식단표대로가 아니잖아요”라는 질문에는 “오늘 아침엔 제가 안 했어요”라고 대꾸했다.

청주시는 해당 어린이집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운영 전반을 점검 중인 가운데, 한 학부모는 원장이 아이들을 학대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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